이게 왜 떡밥인지요?

가슴 사이즈 떡밥 이제 그만 물어도 되지않을까?

에초에 인터넷에서 떡밥이란게 어이없는 내용을 던져 놓고 거기에 말려 분노의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람들을 만드는 주제를 가르키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내용은 떡밥이라기보다는 한번 진지하게 토론해볼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이오지마에 올라왔던 한국정서에서 - 그리고 그와 연계된 속옷 시장에서 - 보통보다 큰 가슴을 가진 분의 이야기가 이슈가 되고 있지요. 요약이야 제가 어설피 하는 것 보다 뭐 이오지마의 패션&뷰티 부분을 쭉 읽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한국여자라면 75A? 을 처음 읽었었는데 아마 시작은 다른분의 글이었을 겁니다.

어찌되었건 어떤 분들이 공개적인 장소에 그런글을 올렸으니, 악플 - 성적인 농담이나 놀림등 - 이 달릴 거는 각오했어야 했던것 아니냐, 그러니 거기에 그런 글들이 올라온다고 해서 성희롱이니 하면서 분개하면 안된다는 요지의 글을 올리셨습니다. 제가 트랙백한 분도 물론 악플은 잘못한 것이지만 글쓴이가 남자들에게는 민감할 수 있는 주제의 글을 올렸으니 그런 현상이 발생할 수 도 있으므로 이제 그만 이야기하자라는 논지의 글도 올리셨죠.

물론 말씀하신 부분도 일리는 있습니다. 남자들은 - 저도 마찬가지. 참고로 전 30대 애딸린 유부남입니다 - 아무래도 그런것 - 여성의 신체나 외모에 관련된 - 에 흘끔 눈이가거나 귀가 솔깃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정말이지 혼자 아무도 없는 골방에 앉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했을 때 0.1%도 그런맘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을 거예요. 천연기념물? 이건 동서 고금을 망론하고 똑같다고 생각해요. 뭐 우리나라는 성에 대해 폐쇄적이니 그렇다고 해도 사실 외국에 나가보니 외국 친구들도 짧은 미니스커트 입은 늘씬한 미녀 지나가면 눈 돌아가는 것은 마찬가지였거든요.

그런데 말이죠, 그렇다고 해서 그걸 겉으로 들어나게 표현하는 것 - 대상자는 수치심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이 과연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예를 들어 어떤 늘씬한 초대박 미인께서 새빨간 미니스커트 원피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찰랑 찰랑 긴 생머리를 산들바람에 살짝 휘날리며 사람많은 도심을 걸어가는 상황을 상상해보죠. 뭐 미인께서는 자신을 가장 잘 어필할 수 있는 스타일을 고른 것일 수 도 있을거고, 남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겨보려고 그랬을 수도 있는거고, 하필 그날따라 모든 옷이 다 빨래통에 들어 있어서 어쩔수 없이 하나 남은 것 입고 나온 것일 수 도 있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친이나 남편을 만나러 가면서 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렇게 입고 나왔을 수 도 있습니다. 즉, 미인의 의도는 우리가 알수 없는 노릇입니다.

자 이제 주변으로 눈을 돌려보지요. 많은 남자들이 지나갑니다. 번잡한 도심 한복판이니깐.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이중에 얼마나 많은 분들이 아주 잠깐 곁눈질로라도 그 미인을 쳐다볼까요? 뭐 이런거 통계는 없지만 꽤 상당한 양일겁니다. 당연하죠. 남자니깐. 남자의 DNA에는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트리고 싶은 욕구가 새겨져 있답니다. 게다가 기왕이면 더 좋은 상대자에게 -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그 시대에 좋은 상대자란 좋은 유전자를 가졌을 확률이 높으니깐 -에게 퍼트리고 싶어 하기도 한답니다. 어디에서 봤는지 잊어버렸지만 일례로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온 남자는 사정시 더 많은 정자를 발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더군요. 그러니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해도 주어진 본능의 회로가 아주 잠깐은 작동을 하는거죠. 그런 상황에서 많은 남자들이 자기 자신만의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누구는 '오오~ 미인. 오늘 운이 좋은걸', 또 다른 누구는 '쯧쯧, 벌건 대낯에 차림이 저게 뭐야 민망 스럽게', '아~ 저런 여자랑 사귀어보고 싶다' 등등등. 아마 제가 표현은 안했지만 아주 원색적이거나 혹은 사회적 통념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생각도 있을 겁니다. 사람에 따라 다른거니깐요.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뭐 어떻습니까? 자기 혼자 생각하는건데. 계획한것도 아니고 생각만 한건데 이걸 가지고 뭐라 할 수 없고, 뭐라할 이유도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갑자기 이 미인에게 이렇게 소리칩니다.

   "어이! 거기 여자! 오늘 꽤 삼삼한데? 오빠랑 오늘밤 뜨겁게 놀아볼래?".

그러자 옆에 지나가던 다른이도 덩달아 소리칩니다.

   "오~ 미니스커트. 땡기는데? 다리한번 만져봤으면 좋겠네~!!"

아아 기름 끼얹은 집단에 불지른 상황입니다. 남자들이 너도 나도 소리칩니다. 자신의 속내를 말이죠. 솔직하다면 솔직하다고 할 수있겠습니다만 완전 어이없는 상황인거죠. 암튼 상황이 그렇게 흐르자 미인께서는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막 울기 직전입니다.  미인께서

  "그만 하세요. 이건 성희롱이예요!!"

하고 울부짖습니다. 그러자 속내를 드러냈던 남자들이 답합니다.

  "아니 댁이 이런 공공장소에 그렇게 입고 나왔으니 당연히 이런 반응이 나타난것 아니오? 이런 것 가지고 성희롱이라니?".

지나가던 아주머니 미인을 돕습니다.

  "단지 이쁘게 보이려고 그렇게 차려입었을 뿐인데 그건걸 성적인 이야기로 확대시키다니! 성희롱이잖아!"

길 가던 사람들이 모여 뜨겁게 갑론을박을 펼칩니다. 그 때 글쓴이께서는

  "자자.. 진정들 하시고.. 물론 성적인 농담을 하신 분들도 잘못이 있습니다만, 일차적으로 공공 장소에 그것도 사람이 이렇게많은 도심 한복판에 눈길을 끌 수 밖에 없는 차림새를 하고 나오신 여자분도 잘못이 있습니다. 그렇게 입고 나오실 때는 이런반응이 직접적으로 여자분 본인께 나타나리라는 것을 각오하셨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 이제들 이 이야기는 그만들 하시고 각자갈 길이나 가십시오."

쿨~ 해 보이지만 저에게는 양비론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여기 당신도 잘못했고 저기 당신도 잘못했고 그러니 이제 그만하라는 말이죠.

이제 잠깐 숨을 돌리고 진짜 우리 사회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상해보죠. 실제로 각자의 속내는 어떨런지 몰라도 위 상황처럼 겉으로 들어내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한둘이 저럴지 몰라도 분명히 대부분의 경우 주변에서 눈치를 주거나 누군가는 조언이나 제제에 들어가거나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 사회가 이성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상식이란게 있기 때문인거죠. 누가 굳이 길거리에 큰 간판을 세워놓고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이야기해도 좋고 거길 넘어가는 것은 이야기하면 안된다라고 하지 않아도 사회적 통념상 우리에게는 지켜야할 선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넘어가는 순간 미친놈이나 후레자식  취급을 받는 것이고 도가 지나치면 범죄의 범위에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일명 악플러라는 작자들은 익명성에 기대에 - 실명제니 뭐니 해도 당장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 하는게 아니니깐 - 속내를 팍팍 들어냅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그렇게 반응한 원인을 타겟이 공공장소에서 그럴싸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아주 웃기는 상황인거죠.

그럼 도대체 일반 사회와 인터넷 공간이 무슨 차이가 있길래 그럴까요? 뭐 실제 공간과 가상의 공간등 여러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사의 차이입니다. 인터넷 공간은 실제 우리사회의 역사에 비하면 없다 할 수 있을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최초의 저 원시인류 시대부터 이런 모습을 띄고 있었을까요? 아니었을 겁니다. 그러다 사회가 발전하고 교육을 시작하고 어떻게 해야 사회가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나에 대한 연구와 토의와 사회적 합의들이 생겨나고 없어지고 수정되는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 뭐 지배세력에 의한 왜곡이나 너무 심한 자연성의 억압에 의한 단점등은 일단 논의에서 제외하죠 -. 그런데 인터넷은 아직 그런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초기 원시 인류가 살던 정글 같은 것이랄까요?

지금 정부는 뭐 이런저런 각종 규제나 법령들을 만들어 인터넷을 정화하려고 합니다(제가 보기에 요즘 하는 짓은 엉덩이 의자에 앉을때 닫는 부분에 생긴 종기같이 느껴지는 인터넷 여론을 쥐어짜낼려고 하는 수작(!)으로 밖에 안보입니다만). 그런데 그게 어떻게 보면 원시인류한테 현재의 법령을 던져주고 "이대로 지켜라~~" 하는 것 같습니다. 잘 될리가 없죠. 반항은 심할테구요.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외부에서의 제제가 아니라 내부에서의 정화라고 생각합니다. 토론과 합의에 의한 사회적 통념의 도출 같은것 말이죠. 그렇기에 전 이번 사건이 활화산처럼 타올라 갑론을박의 장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일종의 유기체처럼 사회가 학습하고 좌우충돌하면서 발전해온 것 처럼 인터넷 문화도 그렇게 자나랄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런의미에서 이건 떡밥은 아닌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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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준희 2008/09/24 11:37 # 답글

    전 댓글 논쟁 몇개를 보고 짜증이 확나서 ㅎㅎ

    이해는 없고 서로 자기주장만하고,

    남이 말한걸 왜곡하고 과장하고,

    그런 부분에 짜증이 나서... 이제 그만 하자는 의도였는데.

    말하신 것처럼 그런 발전이 있는 결론이 나올수 있다면, 좋겠네요.
  • 허진영 2008/09/24 12:24 #

    아 사실 전 활화산 같은 댓글 토론(악플 도배 말구요) 보면서 즐거워 하는 변태라.. 하악 하악... -_-a 전국에 생방송 되는 100분 토론 같은데 나와서도 앞뒤 말도 안맞고 논리도 이상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하물며 인터넷이야 더 하겠습니까. 솔직히 준희님 심정도 이해 되지요.
  • 으음 2008/09/24 17:52 # 삭제 답글

    상황이 달라보입니다만.

    비유하신 예라면 여자가 상반신을 다 벗고 자기는 가슴크기가 커서 문제다라고
    외치면서 걷고 있어야 이번 사건에 부합됩니다.

    적절한 예를 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J H Lee 2008/09/24 22:15 #

    비유하신 예라면 여자가 상반신을 다 벗고 자기는 가슴크기가 커서 문제다라고
    외치면서 걷고 있어야 이번 사건에 부합됩니다.

    근데 그러고 걷고 있다고 해도 만지는건 또 별개의 문제입니다.
  • 미스트 2008/09/24 18:26 # 답글

    문제는, 해당 악플을 단 사람이 남자라는 보장도 없고 -_-;;;
    그리고 그걸 성추행이라고 하는 쪽에서도 상대에 대한 악의적 공격성 리플을 달았다는거죠.

    선제공격 받았으니 반격하는거야 당연한 권리라고 해도
    그 반격이 주위의 무고한 사람들에게까지 향하면 재보복이 행해지고
    결국 사이좋게 서로를 향해 보복과 재보복과 재재보복과 재재보보보복을 가함으로서
    피웅덩이 하나 만드는거 밖에 안남을테니... ....


    하긴, 이것도 결국 말씀하신 '역사'에 포함되려나요.
    인간이 예의라는걸 중요하게 생각했던건 '무례한 짓을 저질렀다가 해골이 둘로 쪼개지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였으니.
  • 허진영 2008/09/24 20:01 # 답글

    으음 // 아마 원래 글쓴이가 저는 크기가 어떻고 성감대는 어떻고 유두가 어떻게 생겼고 뭐 어떻게 어떻게 해주면 하악하악 이예요 이랬으면 그보다도 더 심한 비유를 들었겠죠. 근데 이건 뭐 성적인 이야기도 아니고 한국사회의 가슴 크기에 대한 편견 혹은 오해와 그로인해 힘들었던 과거와 쉽지않은 현재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난독증이신듯. 원하시는 비유를 들자면 속옷 회사 앞에서서 피캣들고 다양한 크기의 속옷을 만들어달라! 라고 외치는 정도가 부합하겠습니다만 님이 원하시는 결말은 아니겠죠?

    미스트 // 사실 미스트님 말씀도 맞죠. 원래 이글을 쓴 의도는 "양쪽다 잘못이 있고 시끄럽게 떠드는것 보기 짜증나기 그만했으면 해요"에 대한 반박글로 적은것이었는데 도입부가 꽤 길다보니 성폭력이다! 라고 외치는 것이 되어버렸네요. 그래도 이런건 확 터져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각의 장을 열어주면 좋겠다가 여전한 생각이예요. 조용히 넘어가면 이런것에 대해 생각도 안해보는 - 제가 그런 타입입죠 - 사람들도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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